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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본문
지난 시간에 컴퓨터처리장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CPU, GPU, NPU 등에 대해서 소개했습니다. 이러한 모든 컴퓨터처리장치들은 형태만 다를 뿐 그 기반은 이진수에 의한 폰노이만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이고 수많은 처리장치를 사용한 슈퍼컴퓨터가 존재하지만 모두가 0과 1로 상태를 표현하는 bit(binary digit)로 구성되는 이진시스템(binary system)입니다. 그래서 제가 글의 연재를 시작하면서 컴퓨터를 “0과 1 밖에 모르는 무식한 놈이 그 무식을 속도로 커버하는 놈”이라고 말씀 드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성능을 갖는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구글과 IBM 등에서 연일 그 성능을 깨고 있다면서 발표하는 양자컴퓨터입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원리인 양자 중첩(superposition)과 양자 얽힘(entanglement)을 이용한 컴퓨터입니다. 이러한 양자의 특성을 가진 양자물질의 정보의 단위를 bit와 비견하여 qubit(quantum bit)이라고 합니다. 이 qubit을 처리하는 장치를 QPU(quantum processing unit)라고도 부릅니다. QPU는 양자 특성을 구현할 수 있는 방식에 따라 초전도 QPU, 이온트랩 QPU, 광자 QPU 등으로 나누고 있으며 IBM, 구글 등이 사용하는 QPU가 초전도 QPU입니다.
양자 특성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어려우며 이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도 본 연재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간단한 개념만 이해하는 측면에서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양자중첩이란 양자컴퓨터에서 구현되는 최소단위인 qubit이 고전적인 컴퓨터에서처럼 0과 1의 상태 뿐만 아니라,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포함합니다.
둘째, 양자얽힘이란 떨어진 공간에 존재하는 얽힘 상태에 있는 두 qubit중 하나를 알면 다른 하나를 그 거리에 상관없이 즉시 알 수 있는 특성을 의미합니다. 중첩보다 얽힘특성이 이해하기가 난해합니다. 얽힘의 특성을 이용한 분야가 양자암호통신인데, 이해를 위해 비유를 들면 2개의 메모지에 A, B라고 메모를 하고 하나는 서울에 다른 하나를 부산에 두었다면, 한쪽에서 메모를 확인하는 순간 다른 쪽에 메모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기존의 컴퓨터에서 n개의 bit로 2의 n승 의 상태를 표현은 할 수 있으나 특정 시점에는 오직 하나의 상태만을 표현하는 반면, n개의 qubit은 2의 n승 상태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습니다. 즉 동시에 정보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표현되는 2의 n승의 상태에 같은 연산을 동시에 모든 qubit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양자병렬성(quantum parallelism)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qubit의 수를 증가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관건이지만 qubit을 증가시키는 것이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양자의 결맞음(quantum coherence) 상태를 유지하고, 제어하고, 읽어들이는 것 등이 쉽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슈퍼컴퓨터보다 엄청난 속도의 컴퓨터가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갖게됩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일반목적 컴퓨터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즉 지금의 컴퓨터를 대체한다기 보다 특정 분야의 문제에 특화되어 보완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자컴퓨터를 이용하여 처리하는 일을 위한 알고리즘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의미로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0페이지되는 책을 분쇄한다고 할 때 손으로는 한장 한장 찢어야 하지만 1000페이지를 한번에 자르는 분쇄기가 있다면 엄청나게 빠르게 분쇄를 수행할 수 있으나, 이 분쇄기로 손이 하는 일을 동일하게 수행할 수는 없습니다.
양자컴퓨터가 필요로 하는 분야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한다 하더라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는 분야로서 보통 지수적으로 그 계산량이 증가하는 알고리즘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예를 들어 암호해독과 같은 소인수분해 문제, 많은 경유지를 거쳐야 하는 최적경로 계산과 같은 최적화 문제 등입니다. 이러한 분야의 문제는 현존 슈퍼컴퓨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몇분 내에 해결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능가하는 것을 양자우월성(quantum supermacy)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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